기후위기 시대 한국 기업의 현재와 미래 - 2024년 10월 30일 대전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지구 온도 상승이 심상치 않다. 2023년 1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기와 비교하여 섭씨 1.48도 올랐다. 그런데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자그마치 1.64도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기후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1.5도 임계점을 넘나드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약 1만여 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를 지질연대기상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 고기후학자(paleoclimatologist)들은 21세기 초반 지구 온도가 홀로세 기간 중 가장 높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의 탄소 배출 추세를 유지한다면 210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만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20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지구 온도는 섭씨 1.5도 상승을 향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27ppm으로 증가했다.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하는 공식 보고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제공하고 있다. 2014년 IPCC가 펴낸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경제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인자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extremely likely)하다고 진단했다. ‘거의 확실’하다는 표현은 확률 95% 이상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2021년 제6차 보고서에서는 99% 이상 확률을 시사하는 ‘자명하다’(unequivocal)라는 표현으로 강도를 높였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지구의 경제규모는 100배 커졌다. 근대 인류의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물적 토대는 석탄, 석유, 가스라는 화석연료의 대량 생산과 소비였다. 인류의 축복이었던 화석연료가 어느 순간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파급력은 환경과 경제가 얼마나 밀접히 맞물려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어느 한쪽만 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은 두 가지다. 첫째, 뜨거워진 지구에 맞춰 살아가는 적응(adaptation)이고, 둘째,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완화(mitigation)다.
적응은 기후피해가 야기하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에 대한 대응이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 홍수와 산불로 인한 인명·물적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리적 리스크는 국가·지역·기업·개인 단위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극한기상 현상에 따른 다층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기후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완화는 온실가스 감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와 직결돼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실현하는 국가와 기업이 있는 반면, 성장경로 특성과 장기간의 정책 실패 때문에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과 갈등을 피하지 못하는 경제도 존재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오늘날의 국가 안보는 군사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른바 ‘신(新)안보’(emerging security) 이슈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사이버 테러, 감염병 팬데믹, 식량 및 에너지 위협, 난민 문제가 지정학적 요인과 더불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기후 안보’다. 기후 안보의 핵심 분야로 식량 안보와 에너지 안보를 들 수 있다. 식량 문제는 적응정책과, 에너지 문제는 완화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탄소중립 전략의 성패에 따라 우리 경제의 생존과 발전이 결정된다. RE100(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 100%),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10년 내 탈탄소 무역규범이 새로운 글로벌 시장질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전환은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에 실재하는 위협임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기후변화 시대 극복을 위해 한국 기업은 지속가능한 탈탄소 경제를 향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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