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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라 스메릴리(Alessandra Smerilli) 수녀: «경제는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스메릴리 수녀와 함께 식사하며...


파올로 브리코(Paolo Bricco) 글

2019년 3월 10일 『솔레 24시(Sole24ore)』에 게재


«서방 세계의 빈곤은 줄었습니다.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경제 성장을 위한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구는 불평등을 줄여야 합니다. 경제와 소득, 기술과 문화의 독과점으로 말미암아, 소수의 조직과 사람들의 손에 자원과 권력, 영향력의 집중이 증가됐기 때문입니다.»


알레산드라 스메릴리(Alessandra Smerilli) 수녀는 이탈리아 가톨릭 주교회의(Cei)와 베르골리오(Bergoglio,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의 바티칸에서 가장 인정받는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우리는 교황청 문화평의회가 위치한 비아 콘칠리아치오네(via Conciliazione)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이고, 룸사(Lumsa) 대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프라티(Prati) 구역의 사나카페(Sanacafé) 레스토랑에 와 있다. (참고로 알레산드라 수녀는 교황청 문화평의회 여성 자문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점심 식사 후 알레산드라 수녀는 바로 그곳 룸사 대학으로 이동해서, 게임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마련한 실험 하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실험은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이 경제 관련 행동을 할 때, 그들 서로 간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오늘 알레산드라(Alessandra) 수녀는 머릿수건을 쓰고 있지 않다. 대신 청색 스웨터 위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고, 셔츠 중간에는 파란색 줄무늬 위로 묵주를 걸고 있다. 단발머리와 둥근 얼굴에, 안경을 쓴 알레산드라 수녀는 손목에 녹색과 갈색을 띤, 스와치(Swatch) 시계를 차고 있다. ("스위스 친구들이 저에게 선물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저절로 호감이 가는 스타일로, 미소가 자꾸 웃음으로 번지는 성향이 있다. 알레산드라 수녀 역시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일상의 어려움들을 겪는다. "수녀가 되면, 묵상과 기도에 잠기는 ‘관상觀想 생활’(contemplative life)을 할 테니까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화를 위해) 활동도 하는 삶에서 얼마나 힘들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이에 대해 2013년에 - 자기 자신에 대한 ‘풍자’의 면도 없지 않은, - 『수녀들』이라는 제목의 소책자 한 권을 써서, 《치타 누오바(Città Nuova)》 출판사를 통해 펴낸 바 있다.


«베르골리오(Bergoglio,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생태 (ecology)와 경제, 노동과 영성 등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예언적 메시지를 표명하셨습니다. 이것은 라칭거(Ratzinger,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과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시장을 더 많이 갖거나 덜 갖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의 본질입니다. 또한 다양한 역사적 단계에서 시장이 지니는 ‘실제적인 편향성’ 역시 관건입니다. 라칭거(Ratzinger,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시장의 소명』이라는 결정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사람들 사이의 만남이 가능해지게 하는 일반화된 신뢰가 시장에 있을 경우에는, 시장이 바로 ‘제도’라고 규정하셨습니다. 교황님들이 경제학자는 아닙니다. 교황님들은 세상을 보는 그분들 자신의 관점을 밝히고, 그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는 사목자들입니다. 예를 들어 베르골리오(Bergoglio,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형태로 시장이 형성되는 현실 앞에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통해, 매우 확고한 개념으로 당신 자신의 관점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곧, 사람을 죽이는 경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거부하고, "서로 나누고, 가난한 사람들을 포용하며, 이윤을 활용해서 ‘친교와 나눔(communion)’을 창출함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경제에는 ‘네’라고 적극 찬성하자”는 것입니다.»


《불평등》이라는 주제는 알레산드라 수녀의 사고와 활동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레산드라 수녀가 소속되어 있는 살레시오 수녀회의 이태리어 정식 명칭은 “Figlie di Maria Ausiliatrice Salesiane”(도움이신 마리아의 딸들인 살레시오 수녀들)이고, 돈 보스코(Don Bosco) 성인이 창설했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아브루초(Abruzzo)*에서 자랐고, 라파엘레 마티올리 디 바스토(Raffaele Mattioli di Vasto) 과학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머니인 루치아(Lucia)께서는 미용사였고, 아버지인 니콜라(Nicola)께서는 《마녜티 마렐리(Magneti Marelli)》라는 회사의 근로자셨는데, 지금은 은퇴하셨다. 그리고 주세페(Giuseppe)라는 이름의 남동생이 있는데, 상하이에서 300 킬로미터 떨어진 닝보(Ningbo)라는 곳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종종 중국 텔레비전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이태리 빵과 파스타 만드는 법을 가르치곤 한다. * 아브루초(Abruzzo)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주州


알레산드라 수녀는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이탈리아 북동부의 트레비조(Treviso)에서 "청년, 노동,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서 청년과 노동에 관한 워크숍의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이 세미나는 《이탈리아 가톨릭 주교회의》가 주최하는 사회 사목 세미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젊은이들에 관한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열렸을 때, 알레산드라 수녀를 이 시노드의 참관자로 임명했고, 알레산드라 수녀는 시노드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開陳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알레산드라 수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경제와 생태계는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구의 외침을 듣지 않고는,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젊은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같은 외침이기 때문입니다.»

그 후 즉시 알레산드라 수녀의 트위터 계정이 트롤(troll)*의 표적이 되었다.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사건으로 끝났습니다.»라고 알레산드라 수녀는 말한다.

*트롤(troll)은 본래 스칸디나비아 신화에 나오는 거인, 또는 괴물이었으나, 최근 인터넷상에서 공격적인 표현으로 다른 이들을 자극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악플러', '키보드 워리어'라고도 한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지난 2월말 바티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생태와 경제, 그리고 정치”에 관해 발제하기도 했는데, 이 세미나는 오는 10월에 개최될, 《아마존 지역에 관한 시노드》를 준비하는 세미나이다. 아마존, 그리고 남미, 이는 베르골리오(Bergoglio,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깊이 마음에 두고 있는 곳 중에 하나이다. 그러면서도 아마존과 남미는, 이 교황님이 경제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을 - 결의와 행동, 정치와 개인적 행동 등에 이르기까지 –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 교황님의 경제 사상에 대해) 몇몇 학자들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환영했는데, 예를 들어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 등이 그들입니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이렇게 말하며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님의 이러한 경제관에 대해) 확신을 갖고, 깊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합니다. 예컨대 매일의 일상적인 행동을 통해, 환경 문제 전반에 관련된 실천을 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은 점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소비자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구매한다는 것은 경제 행위일뿐만 아니라, 언제나 윤리와 관련된 행위”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을 상기想起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교황님 말씀대로) “환경파괴의 문제는 우리 각자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알레산드라 수녀가 이 말을 할 무렵, 우리는 전채前菜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작은 시금치(spinacini, 스피나치니)와 회향(finocchi, 피노키)을 곁들인 초록색 샐러드를, 나는 가지(melanzane, 멜란자네)를 곁들인 작은 미트볼(polpettine, 폴페티네) 요리를 먹었다.


《교회의 소명 안에서의 경제관》이라는 복음적 주제는 경제학 연구의 문화적 측면과 만나게 된다. (경제학에는) 경제 사상과 경제에 대한 생각의 체계를 구축했던 고전적인 방법론들이 있는데, 이 같은 고전적인 방법론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과 교회의 가르침 사이에는 상관성相關性이 있다. 알레산드라 수녀에게는 두 개의 박사 학위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로마의 사피엔차(Sapienza)대학에서, 두 번째는 (영국 잉글랜드 동부) 노리치(Norwich)의 이스트 앵글리아(East Anglia) 대학에서 받았다. 그리고 (교황청립 대학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성들에게 그 운영이 맡겨진) 아욱실리움(Auxilium)대학*의 정교수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대학의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 아욱실리움(Auxilium) 대학은 1970년 설립된 교황청립 대학으로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그 운영을 맡고 있고, ‘교육학’ 전공자들의 전인적인 양성에 주력한다.

«경제학의 바탕을 이루는 문화적 토대들 중에 몇 가지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이런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저는 경제학이, 마치 자연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물리현상을 연구하는 물리학과도 같은 것인 양, 또는 거의 정교한 과학인 것처럼 보는 사고방식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이 사고방식에 따르면 합리성의 원칙에 의거해서, 경제 활동의 주체들이 언제나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서 파생되는 개념인, “자원 배분의 최적 균형”(자원의 최적 배분)이라는 개념도 떠오르는데,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한 문화적 토대 중의 하나입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각각의 ‘단자’(單子, monade)*로서, 이 단자는 자기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추구하며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단지 고전 경제학 이론의 바탕에 깔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전달됨으로써, 그들의 문화를 좌우하고 그들의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는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 단자(單子, monade)란 ‘하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모나스(monas)’에서 온 말로서, 라이프니쯔(G.W. Leibniz)는 이 말을 “분할될 수 없는 개체적 실체(實體)”라는 형이상학적인 실체의 개념을 가리키는 용어로 처음 사용했다.

경제 사상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알레산드라 수녀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적 깨달음, 곧 ‘계몽’이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우리는 세콘도 피아토(메인main 요리)로 넘어갔다. 알레산드라 수녀는 “칼라마리 크로칸티(calamari croccanti, 바삭바삭한 오징어 요리)”를 먹고, 나는 “농어(農魚, sea bass) 롤 요리”를 먹었다.

«그때 저는 포콜라레(Focolare)운동의 창설자인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의 “모두를 위한 경제, EoC (Economy of Communion)”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스테파노 자마니(Stefano Zamagni)와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가 연구한 “시민 경제(Civil Economy)”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에서 받은 박사 학위는 『‘우리’라는 합리성(we rationality)』에 관한 것이었고, 영국에서 받은 박사 학위는 『공동체적인 차원의 장점(community of advantage)』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이 위치한) 노리치(Norwich)에서 로버트 서그덴(Robert Sugden)과 함께 연구 작업을 했습니다. 서그덴(Sugden)은 흄(Hume), 밀(Mill), 하이에크(Hayek)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경제학과 도덕철학(moral philosophy, 윤리학)이 상호 대화하도록 하는 것을 지향하는 가운데, 실험과 게임이론을 결합함으로써,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새로운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문화적 대안에 대한 연구’ 내지 ’내용보다는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예전보다는 조금 더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배적이고 주된 흐름, 곧 ‘메인스트림’(mainstream, 주류)은 항상 ‘메인스트림’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시장에 대한 섭리주의(providentialism)적的인 개념을 전파하는 데 있어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와도 같이 오랫동안 확고부동하게 존재해온 거대한 그룹은, 바로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였습니다.»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는 자유경쟁의 원리에 바탕을 둔 경제철학에 따라, 자유시장이 충분히 작동하기만 하면, 시장에서의 자동적 균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시카고대학 중심의 경제학자 그룹을 뜻한다. 흔히 ‘신자유주의자들’로 불리는 이들은 화폐정책을 무엇보다도 중시한다.


우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자, 유일한 여성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재共有財*를 다루었다. 우리는 (인터뷰 도중에) 작은 초콜릿 케이크를 보면서 먹고 싶은 생각을 끝내 물리치지 못한 채, 케이크를 반으로 잘랐는데, 그러는 동안 알레산드라 수녀는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했다.

«경제학에 대한 저의 성소는 순명의 길 안에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외된 변두리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자 심리학이나 교육학을 공부하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장상인 베라 보를로바(Vera Vorlova) 원장 수녀님께서 제게 경제학과에 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보시기에는 경제학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체코인이셨는데, 아주 멀리 내다보시곤 하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전까지는 경제학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었고 맡겨드렸습니다. 저는 ‘네’라고 답하면서, 한 가지 점만 상기시켜 드렸습니다. 즉, 저는 실용적인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저에게 경영 실무를 맡기실 생각이라면, 아무것도 보장해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공유재共有財란 공동체의 누구나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자연자원 또는 인공적 자원이면서도, 남용이나 과도한 경쟁에 의해 고갈될 위험이 있는 자원과 재화를 말한다. 예를 들면 지하자원이나 호수에 있는 물고기, 관개灌漑 수로 시스템 등이 ‘공유재’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는 common-pool resource 또는 common property resource라고 하거나, 단순히 commons라고도 하는데, 이는 미국의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논문을 통해 도입한 개념에서 유래한다. 이태리어로는 보통 복수로 beni comuni라고 한다.


끝으로 알레산드라 수녀는 “저는 여성이고, 수녀이며 경제학 연구를 합니다. 이보다 더 ‘메인스트림’(mainstream, 주류)에서 멀 수는 없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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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어 원본 기사

http://edc-online.org/it/header-pubblicazioni/alessandra-smerilli/14978-suor-alessandra-smerilli-l-economia-ripensi-se-stessa-per-ritrovare-la-sua-anim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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