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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의 경제 - 시장의 덕德


경제와 시장市場이 매일 우리에게, 가관可觀이라고 할 정도로 악습의 장場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곤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시장에는 많은 덕德도 존재한다. 그 이유를 단순히 말하자면, 경제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삶이 그러하듯, 경제 역시 악습들과 덕德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요즘처럼 시대가 바뀌고 있는 때에는, 경제와 기업가, 은행 등의 악습을 강조하기 위해 써버리는 말들이 지나치게 많다. 그러므로 경제와 노동자, 기업 등에 대한, 새로운 <칭찬의 말>이 극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가 쉽게 듣게 되는 저주의 말들을 축복의 말들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다시 노동을 높이 평가하고,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인센티브 원리에 따른, 보다 완벽한 모든 성과급 시스템을 상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일터에서 살아가는 기쁨이 커지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교사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참된 보너스는 (돈이 아니라,) 존경심이다. 존경심은 교사들과 교수들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있는 이 나라에서는 지독하게 부족한 것으로서, 국가는 교사들과 교수들에게 성과급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하면서, 그들을 마치 무능한 게으름뱅이처럼 대하곤 한다. 돈은 결코 감사의 마음을 대체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비록 마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언제나 유혹하곤 했지만 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오늘부터 시장의 덕德, 기업가들과 노동의 덕, 경제생활 전반의 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려고 한다. 덕德이라는 단어는 인간이라는 단어처럼 고대부터 존재해온 말이다. 그리스와 중동, 그리고 아시아에서 약 3천 년 전부터 몇몇 현자賢者들이 덕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이미 덕을 실천할 능력을 갖고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선善하고 아름다운 행위를 실천할 줄 알았는데, 이는 단지 아름답고 선한 일을 하려는 의도, 또한 이로써 매우 훌륭하고 탁월한 경지에 도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만 나온 행위였다. 덕성德性스러운 행위들을 실천하는 것은 인간의 레퍼토리repertory 중의 일부인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덕을 실천할 능력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우리의 악습을 따르는 것을 선택하는 때조차도 그러하다. 동시에 덕은 <교육>을 요구한다. 교육이란 단어 역시 우리의 사회로부터 잊혀진 또 다른 위대한 단어이다. 우리는 본래 ‘덕'을 실천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이지만, 이 잠재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으려면, ‘덕’이라는 특별한 자질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덕은 단지 영웅들이나 성인聖人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며, 교육으로 생각과 영혼을 단련하면 누구나 덕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와 같이, 우리의 참된 인간성을 훈련하는 근본적인 장場에서부터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역시 삶의 한 부분이기에, 그에 합당한 덕목德目들을 지니며, 그중 일부는 경제의 특성에 맞는 덕이고, 나머지는 보편적인 덕이라고 하겠다. 정의로움의 덕, 신중함의 덕, 절제의 덕, 굳셈의 덕 등, 이른바 사추덕四樞德(네 가지 중요한 덕목德目, virtù cardinale)[1]은 단지 경제에만 해당되는 덕목들이 아니라, 경제에도 해당되는 덕목들이다. 비록 오늘날 우리의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너무도 종종 이런 덕목들을 오히려 악습으로 간주하곤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추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믿음, 희망, 사랑을 뜻하는 향주삼덕向主三德(하느님에 대한 세 가지 덕, virtù teologali)[2] 역시 경제와 시장市場만이 지닌 특권이 아니라, 경제에도 해당되는 덕목들이다. (믿고 희망하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없다면 기업과 노동은 과연 무엇이 되겠는가?)

한편 전형적으로 경제적인 덕목들이 있는데, 이는 시장과 기업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이 삶의 영역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들로서, 그중에 몇 가지는 오늘날 대기업들에서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기업 문화가 지나치게 강조하는 능률과 실적주의, 효율 등이다. 이에 비해 다른 덕목들에 대해서는 매우 조금만 이야기하곤 하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올해 (이 코너를 통해서) 무엇보다도 이 덕목들에 대해서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덕은 ‘행복’이라는 또 다른 아름다운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덕에 대해 주어지는 상賞은 행복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또는 더 나아가, 덕을 실천하는 사람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들에게 행복이란 너무 적은 것임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인생에서 우리는 행복만이 아니라, 그 이상以上의 것들, 그보다 훨씬 더 큰 것들을 추구한다. 우리는 존경과 인정, 진리와 의미 등을 원하고, 가능하면 그런 것들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삶에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므로, 경제에서도, 또 노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행복만으로는 무한에 대한 우리의 끝없는 갈망을 채울 수 없다. 이 점은 경제나 시장, 또는 노동이라고 하는, 그 찬란하고도 지극히 인간다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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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사제로 산탄토니오』지誌는 이탈리아의 주요 월간지 중에 하나로서, 이탈리아 전역에서 40만 부의 정기 구독자 외에도, 영어, 불어, 독어 및 루마니아어 등으로도 번역되어 약 60만 부가 세계 각지의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 월간지는 세계의 각종 현안에 대해 그리스도교적인 관점, 특히 프란치스칸 영성에 따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 옮긴이 주


[2] 서양 고대 문화 전통 및 그리스도교 윤리신학에서 말하는 4가지 중요한 덕德. 가톨릭교회에서는 사추덕四樞德이라고 불렀는데, 지덕智德,prudence(신중함), 의덕義德, justice(정의로움), 용덕勇德, force(굳셈), 절덕節德, temperance(절제)이 그것이다. 영어로는 Cardinal virtue. – 가톨릭대사전 참조. *옮긴이 주


[3]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얻는 덕, 곧 대신덕對神德이라고도 하며, 신덕(信德, 믿음), 망덕(望德, 희망), 애덕(愛德, 사랑)을 가리킨다.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행동하도록 하느님께서 그들의 영혼에 불어넣어 주시는 덕으로, 신자들의 윤리적 행위에 기초가 되며, 모든 윤리덕을 알게 하고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여겨진다. 영어로는 Theological virtues. – 가톨릭대사전 및 천주교 용어자료집 참조. *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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