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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익명의 너를 신뢰하라 - 위기에 처한 경제와 덕德 6


다음은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로마 룸사 대학 경제학과)가 이탈리아 가톨릭 일간지 《아베니레Avvenire》에 경제와 덕德에 대해 주제별로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 <익명의 너를 신뢰하라> (이태리어 원본 제목은 Fidarsi di uno sconosciuto)의 전반적인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제6장 굳셈 _ 그 약함의 덕

위기의 시대에 특별하게 귀한 덕목이 있다면, 이는 굳셈이다. 굳셈은 기나긴 혹독한 역경 속에서도 계속 꿋꿋이 살아가면서 저항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바로 굳셈이 우리로 하여금 부패한 상황에서 정의를 추구하면서 저항하도록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계속 세금을 내고자 하고, 사람들이 존중받지 못할 때에도, 우리는 항구하게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자 하며, 폭력적인 환경에서도 우리는 줄곧 폭력적이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굳셈’이다. 바로 굳셈이 우리가 주변의 무절제함으로 가득한 세상에 있을 때에도, 우리로 하여금 절제하는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 주며, 잘못된 일자리에서도 수년간 버티며 저항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우리 자신 외에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상황이 우리에게 떠나버리라고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로 하여금 가족과 공동체에 계속 머무르게 해 주는 것도 바로 ‘굳셈’인 것이다.


굳셈은 모든 다른 덕목들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차원, 혹은 전제 조건이다. 굳셈은 모든 덕목의 시녀 역할을 하는 덕목이기도 한데, 상대의 응답이 없어 서로 주고받는 상호성이 부재(不在)할 때에도 우리로 하여금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점 때문에 오늘날 굳셈의 의미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아름다운 한 단어를 꼽자면,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하겠다. 이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의 능력, 벽을 붙잡고 매달려 버틸 수 있는 능력, 개인의 삶과 시민사회의 삶에 있게 마련인 다양한 굴곡과 경사로에서도 굴러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역시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굳셈은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구원의 보루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굳셈은 남편과 아이들이 이민을 갔거나 그 많은 전쟁 중에 행방불명이 되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부재(不在) 상황에서도 가난한 여성들이 버티게 해 준다(굳셈과 여성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

역사상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에드몬드 단테스Edmond Dantès 같은 많은 사람들이,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 때문에 감옥에 수십 년 동안 갇혀 있을 때도, 굳셈의 덕德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힘을 준다.


굳셈에도 역시 각 덕목에 있는 역설의 논리가 존재한다. 사실, 진정한 덕목이 되기 위해서 굳셈이 약함으로 변할 줄 알아야 하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다. 역경이나 심각한 질병, 실패, 과부살이 등을 온순히 받아들이는 것, 또는 누군가, 아니면 내면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이제 떠날 시간이 다 되었다고 이야기할 때, 삶의 마지막 단계와 화해하는 것이 그러한 때이다. 이처럼 ‘약함의 덕목’을 살아야 하는 시기에 우리가 지녀할 할 존엄성과 도덕적인 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가 온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굳셈을 쌓고 다질 줄 알면서 살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굳셈은 유혹에 저항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유혹’이라는 이 단어는, 너무도 진실한 말이어서, (금융 분야나 각종 게임, 노름에 존재하는) ‘소비주의와 도박’이라는 우리의 미개한 반反문명적 행태의 관점에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기에, 우리 도시의 지평 밖으로 나가버린 단어가 되었다. 그렇지만 유혹들은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들을 알아보고 극복할 줄 안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굳셈은 부도덕한 사업들을 하는 측에서 건네는 뇌물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또한 굳셈은 여러 세대에 걸친 사랑과 고통, 그리고 헌신이 담긴, 좋은 가족 기업을 투기를 위해 팔지 않도록 해 준다. 잘못된 사랑에 빠지는 외도의 유혹에 응하지 않고, 충실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굳셈이다. 경제는 삶의 한 부분이며, 이 때문에 경제가 좋은 삶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굳셈도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굳셈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 그 첫 번째 영역은 삶과 기업가의 소명에 직접 연관된 것이다. 시장경제는 공로나 재능을 규칙적으로 보상해 주는 시스템이 아니며, (스포츠나 여러 과학 분야의 학회들, 가정 등) 다른 시스템들보다 나은 보상을 해 주는 시스템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정반대正反對로 생각을 하곤 하고, 또 불행히도 글도 그렇게 쓰곤 하지만 말이다.


시장의 역동성에서 기업가의 덕성德性스러운 행동(혁신, 충실함, 청렴, 합법성)과 시장에서의 성공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관관계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사업은 무수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이에 따라 그 결과가 각각 달라지며, 이 주변 환경들은 해당 업체의 남성 기업가 또는 여성 기업가의 조정 노력이나 공로와는 관계없이 변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칭찬을 받을 만한 노력들이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한 공로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가기도 한다.


불운과 재난이 의로운 기업가에게도, 덕德이 많은 기업가에게도 불어 닥칠 수 있다. 그리고 때때로 실제로 그렇게 불어 닥친다. 특히 경제 위기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굳셈의 덕德을 기르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그를 살릴 수 있으며, 그로 하여금 굴복하지 않고, 다시 힘차게 달리기를 시작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에 두 번째 영역은 전적으로 조직체 내부에 관련된 것이다. 한 기업이 실질적인 위기의 시기, 특히 사람들의 깊은 동기 부여에 관련된 위기의 시기를 겪게 될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탄력성resilience’을 충분히 지닌 개인들이 이곳에 충분한 인원만큼 존재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사실, 위기를 겪는 기업에서 누군가가 (적어도 한 사람이) 인센티브incentive의 논리를 넘어서서, 업무 시간만 따지거나, 자산의 낭비만 문제 삼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계속 버티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기업 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


한 기업을 운영하는 기술의 대부분은, 고高탄력성을 지닌 사람들을 매료시켜 영입할 줄 아는 능력과 그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탄력성 내지 굳셈’이 업무 경험의 과정에서 점점 더 늘어나도록 하는 데 있다.


사실, 굳셈은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굳셈을 실천하면서, 굳세어지는 것을 배우게 된다는 점이 사실이라면, 굳셈은 “오래 지속돼야 하는 덕목”이기에 특히 고갈의 위험에 처하기 쉽다는 점은 더더욱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이들과 우리의 굳셈을 마치 불변하는 특성이나, 재고在庫 물량처럼 간주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 굳셈은 시들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내적인 삶을 통해, 시를 통해, 기도를 통해) 그 굳셈을 기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한 그 사람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이 존중과 공감의 표현, 소중히 아껴 주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표현들로써, 그 사람의 굳셈을 함께 강화해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가 매우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으려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어야 하고, 다른 이들의 덕德과 더불어, 또한 자기 자신의 내면적 삶의 중심과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굳셈은 오랜 시간 끈덕지게 지속되는 어려움과 질병, 배신의 상황 속에 살면서도, 기쁨과 환희, 명랑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것들 중에 하나는 객관적으로, 큰 역경의 조건 속에서도 진정한 기쁨을 지닐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이다. 이런 유형의 기쁨의 덕德은 인생에 대한 찬가이며, 이 기쁨에 전염된 모두를 풍요롭게 해주는 공동선共同善이다. 이런 기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굳셈의 장점은,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해 주는 굳셈의 장점 못지않게 소중하고 강력한 것이다. 이 기쁨은 오랜 역경의 멍에를 보다 가볍고 감미롭게까지 만들어 주는, ‘약하면서도 강한 기쁨’이다.



출처: https://eoc-rg.tistory.com/7 [EoC 독서모임] 2016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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